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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정보

서류탈락은 정말 자기소개서가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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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서류전형에서 연거푸 탈락하다 보면 자기소개서가 문제가 있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입사지원, 봉사활동, 대학원 진학 등 여러 형태의 지원서를 10년 넘게 작성한 개인적 경험으로는 '완벽한 자기소개서' 작성에 그리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되며, 당연히 높은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다고 본다.

 

물론 기본적인 글쓰기 능력을 갖추고, 오탈자와 같은 문법적 실수가 없으며, 자기소개서 항목이 요구하는 내용을 일정 수준 채웠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경우다.

 

대학 졸업 후 처음 입사지원서를 준비하며 자기소개서 작성에 꽤나 많은 공을 들였다. 잘 쓴 합격 자소서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이 잡듯 뒤지고, 나의 이력과 지원 회사의 인재상을 일치시키기 위해 며칠 동안이나 고민을 거듭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초안이 작성된 후에는 수 차례 퇴고를 거치며, 주술 호응, 단어 사용의 적절성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한 편의 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직을 위해 다시 이력서를 작성하며 드는 생각은 자기소개서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회사마다 지원자를 선발하기 위한 일정한 기준(학벌, 전공, 학점, 나이, 성별, 직무 관련 경력 등)이 이미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회 초년생 시절 학점 3.3과 토익 800점이라는 그리 높지 않은 스펙에도 LG전자, SKT, NHN, 다음과 같은 꽤나 괜찮은 회사들의 서류 전형 및 면접을 통과했었다. 그러나 높은 연봉에 혹해서 지원했던 금융권은 단 한 번도 서류에 통과한 적이 없다. 여러 대기업에 자기소개서가 통과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소서 내용이나 문법적 부분에서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금융권 직무에는 나의 성향, 경력 등이 전혀 맞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대략 입사지원서 통과율이 30% 이상이라면 자기소개서 질을 높이는 것보다는, 부지런히 입사지원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다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취업 확률을 높이고, 정신건강에도 훨씬 이롭다고 본다. 신입직의 경우 경력직과 다르게 실무 경력이 없기 때문에 특정 직군을 설정해 입사지원을 하기보다는 최대한 이력서를 많이 제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본다. 신입의 경우 직무 능력보다는 인성적 측면이 더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간혹 자기소개서 개별 항목에서 1,000자 이상을 요구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 경우 회사에서 ‘우리는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읽어보겠다’는 일종의 신호를 구직자들에게 보낸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회사에 입사를 희망한다면 당연히 평가자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매력적인 자기소개서 작성이 필요하다. 반면에 항목 당 300-500자의 자기소개서는 서류전형에서 자기소개서의 영향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평가자의 입장에서 A4 반 페이지도 되지 않은 분량으로 한 사람의 인성과 경험을 평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대개 자기소개서는 형식적 요건이고, 서류 평가를 위한 대학, 학점, 어학점수 등의 내부 선발 기준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구직자가 되어 입사지원을 하며 서류 탈락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또 과거에 비해 자기소개서 작성에 노력과 정성을 크게 들이지 않는 편이다. 그냥 무덤덤하게 ‘나의 이력이 회사가 요구하는 직무능력과 맞지 않았구나’라고 넘기고, 계획된 일정에 따라 다시 입사지원서를 준비한다.


자존감 향상과 관련된 책에는 거의 공통적으로 ‘자신을 너무 책망하지 말라’는 내용이 언급된다. 채용 규모가 줄어든 만큼 경쟁이 치열해졌고, 그만큼 서류통과 조차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히 구직자들,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다. 시장 환경 자체가 서류 통과의 확률을 급격히 낮춘 상태인 – 구직자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환경'의 문제이다. 본인의 약점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를 넘어서 자신의 역량을 의심하고, 자책하는 순간 자신감/자존감 상실이라는 더 큰 약점을 스스로 키우게 된다. 


만약 자신이 희망했던 혹은 남들이 선망하는 기업에 한 번이라도 서류 통과가 됐다면, 자기소개서에 큰 결함은 없다고 본다. 그럼 이제부터 자신과 맞는 기업을 찾는 과정에 집중하면 된다. 소개팅의 경험을 떠올려 보자. 대략 10번을 만났을 때, 정말 솔직하게, 자신의 이상형을 만나 주선자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던 경우가 몇 번이나 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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