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취업 면접에서 면접관들의 태도에 약간의 불쾌함을 경험할 때가 있다.
지원자의 답변을 들으며 고개를 들고 천장을 바라보거나, 종이에 무엇인가를 적는다던가 답변에 집중하지 않은 듯한 인상을 받을 때가 특히 그렇다.
대학 졸업 후 한 중소기업 면접에서는 면접관이 인터뷰 내내 창밖을 내다보고 답변에 전혀 집중하지 않았던 경우도 있었다.
온 종일 비슷한 답변을 들어야 하는 면접관의 고충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원자들이 희박한 확률을 위해 며칠에 걸쳐 회사 정보를 찾고, 답변을 준비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에 비하면 비교할 바가 못 된다고 본다.
우리나라보다 예의범절에 자유로운 유럽에서 경험했던 면접관들은 한국과 확실히 달랐다.
인터뷰 내내 지원자의 답변을 경청하며, 끊임없이 아이컨택을 시도한다.
아마도 우리나라는 지원자 – 면접자의 관계가 상하 관계로 인식되는 반면, 유럽의 경우 수평적 관계로 서로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근무했던 IT기업 면접에서는 대표이사님과 1:1로 약 1시간 넘게 ‘질문을 주고받았다’.
약 20분 정도 개인신상과 이력 관련 문답을 마치고, 그 대표이사님은 궁금한 것을 ‘아무거나’ 질문하라고 하셨다.
사업 분야와 해당 기업 관련 준비했던 질문을 하고 나니 더는 질문거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대표이사님의 표정은 나의 질문의 질과 개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표정이었고, 나는 평소 생각했던 우리나라 IT시장 환경, 정책, 벤처기업 발전 방향 등 평소 내가 갖고 있었던 생각을 정말 짜냈었다.
대표이사님은 내 질문에 간단히 답변하기도 하고, 내가 그의 답변을 이해를 못 한 경우에는 화이트보드를 가져와 본인의 생각을 상세히 설명하셨다.
면접을 마친 후, 이 회사로 반드시 이직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대표이사님의 철학을 확실히 알고 난 후에는 기업의 규모와 연봉에 관계없이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입사 후 한참이 지나 대표이사님께 ‘회사가 직원들에게 어떤 공간이 되기를 바라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표이사님은 ‘직원들의 자아가 실현되는 곳’이라는 답변을 하셨다.
입사면접은 단순히 자신들의 아랫사람을 뽑는 자리는 아니라고 본다.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동료로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입사지원자의 답변 하나 하나에 고개를 끄덕이며 커뮤니케이션 하는 수준까지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면접 시간 내내 어떤 질문에도 밝은 표정과 반듯한 자세로 면접에 임하는 지원자들의 노력과 정성에 면접관들도 그 만큼 매너를 갖추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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