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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정보

2020년 수능 국어 25번 정답 논란 - 문학작품 해석을 시험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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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시험을 본지가 한참이나 됐지만 심심풀이로 논란이 되는 수능 문제들을 가끔 살펴보는 편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언어영역 문제를 풀면서 특히 문학 작품들의 해석에 대해 개인적으로 불만이 참 많았다.


해설지를 수십 번을 다시 읽어보아도 내가 느끼는 문학 작품의 해석과 달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러한 문제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나중에는 그러한 문제들이 있을 경우 찢어버리거나 볼펜으로 X표를 치며 무시했다.

 

김영하 작가가 방송에서 언급했지만 문학작품은 시험으로 출제해서는 안된다.

 

개인이 느끼는 작품에 대한 감상은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수능에서 논란이 된 25번 문제도 약간 그런 측면이 있다.

 

평가원에서는 '옥당금마의 몽혼이 섯귀였다'를 정치 현실에 미련이 있다고 해석한 5번을 정답으로 제시했다.

 

'섯귀였다'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1. 물건의 사이가 뜨다. ≒성글다.

잎이 거의 다 떨어진 탱자나무의 성긴 가지 사이로 서너 명의 코흘리개들 모습이 얼비쳐 보였다.

출처 <<조정래, 태백산맥>>

2. 반복되는 횟수나 도수(度數)가 뜨다. ≒성글다.

매일같이 만나던 두 사람이 요즘 들어서는 만남이 성기다.

3. 관계가 깊지 않고 서먹하다. ≒성글다

 

즉 제시문 a를 해석하면 '자연에서 지내려는 스스로의 약속에 관직에 대한 꿈이 조금은 섞여 있다' 정도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화자가 사용한 섯귀였다(성기다)의 의미가 선택지에서 사용한 정치에 대한 '미련'(사전적 정의: 깨끗이 잊지 못하고 끌리는 데가 남아 있는 마음)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관점 혹은 시험 풀이 방법으로 봤을 때는 이전 행의 '계륵'과 뒤의 '몽혼(꿈)'을 언급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미련이 남아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섯귀였다'의 해석은 독자의 관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현실 정치에 대한 화자의 미련을 0~100%의 기준으로 봤을 때 어느 정도에 해당한다고 해석해야 할까?

 

그저 '과거에 대한 흔적(기억)이 아주 조금 남아 있는 것', 혹은 '만약 기회가 된다면 현실 정치로 돌아가고 싶은 것'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단어의 정확한 사용 의미(정치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지, 없는지)는 오직 작가만이 알 수 있다.

 

문학 작품의 해석을 시험 문제로 출제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이다.

 

문학 작품에 대한 감상은 매우 주관적인 영역이며,  독자들이 작품에서 사용된 표현을 받아들이는 감정의 농도는 정확히 규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국어교사라면 수업시간에 해당 선지에 이의를 제기한 학생이 있다면 '그것이 틀렸다'라기보다는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된 이유를 묻고, 학생들과 함께 각자의 다양한 감상을 공유케 했을 것이다.

 

문학 작품의 감상을 시험에 출제해 아이들에게 편협한 해석을 강요하는 것은 진정한 교육이 아니라고 본다.

 

문학 작품은 청소년들이 성장과정에서 감정 발달에 활용될 수 있는 교양의 영역에 두어야 한다.

 

비문학으로 얼마든지 국어/언어능력을 측정할 수 있다.

 

문학 작품을 감상이 아닌 암기의 대상으로 강요하는 것은 정상적인 교육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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