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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탈원전 비용 47조" 관련 언론사들의 보도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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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포털 사이트를 도배한 뉴스가 하나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발생될 비용이 47조 원이라는 기사였다.

 

특히 매일경제 송광섭 기자는 "47,400,000,000,000"라는 숫자를 사용해 매우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뽑았다.

 

하지만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고개를 갸웃할 수 있는 지점들이 너무 많다.

 

"21일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탈원전 비용이 22조 9000억 원 발생했고, 그 파급효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3년부터 2030년까지 24조 5000억 원의 비용이 더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2017년부터 2030년까지 발생하는 총비용은 47조 4000억 원에 달한다."

 

우선 탈원전 비용 연구보고서 작성기관이 원자력발전 산업의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이다. 원자력산업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기관이 추산한 비용을 중립적인 입장에서 수행된 연구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을까.

 

"탈원전 여파로 전원구성(에너지믹스)도 고비용 구조로 바뀌는 부작용이 나왔다. 원전 발전 비중이 줄어든 만큼 LNG 발전으로 빈자리를 대체했기 때문이다. 원전정책센터는 “탈원전 정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촉발된 에너지 위기와 맞물려 지난해 한전 영업손실(32조 6550억 원)의 주요 원인이 됐다”라고 비판했다. 사실상 탈원전 비용을 한전이 떠안았다는 의미다."

 

서울대 원전정책센터는 작년 한국전력에서 발생한 영업손실(약 32조)의 주요 원인으로 탈원전 정책을 꼽았다. 그러나 국내 원자력발전소 이용률/가동률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원전가동률이 2021년 대비 늘어났음에도 한전의 영업손실이 지난해 크게 증가한 것은 탈원전 정책보다는 급등한 LNG 가격이 주요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인 추정이 아닐까 싶다. (운영·정비 > 운영현황 및 실적 > 이용률·가동률 - 한국수력원자력)

 

 

그리고 다른 관련 뉴스를 살펴 보면서 이 기사가 꽤나 의도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같은 내용을 보도한 연합뉴스 기사 마지막 부분을 살펴 보자. (서울대 원자력센터 "문재인 정부 탈원전 비용 47.4조")

 

다만 센터는 "원전 발전량 증가가 전량 가스 발전으로 대체된다는 것은 강력한 가정으로, 본 검토의 가장 큰 한계점"이라며 "본 검토의 결과는 탈원전 비용의 개략적 수준을 평가한 것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의 가장 큰 한계점은 비용 추산에 있어서 매우 극단적인 가정을 했다는 것이다. 원전 발전량 감소분을 가스 발전으로 100% 대체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다른 화석연료의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고 무엇보다 친환경에너지의 발전 비용도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당연히 지금보다 더 낮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도 향후 정부나 기업에서 탈원전으로 부족한 전력생산을 전량 가스 발전으로 대체하기보다는 비용대비 효율이 높은 에너지를 사용할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 연구의 객관성이 매우 의심되는 부분이 이러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의 신뢰성의 가장 핵심인 이 전제 조건을 매일경제 송광섭 기자는 해당 기사에서 누락시켰다.

 

이해당사자의 일방적 주장만을 보도하는 우리나라의 언론의 행태는 오랫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그럼에도 기자들, 언론사들은 뉴스의 가장 핵심가치 중 하나인 '객관성'을 지키려 노력하기보다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스피커'로서 역할을 더욱 열심히 수행하고 있다. 이번 서울대의 탈원전정책 비용 관련 연구와 관련해 적어도 기자라면 연구의 객관성이 의심되는 부분을 확인하고, 기사에도 이러한 내용을 포함시켜야 독자들이 정말 '사실'을 알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관련 기사들에 달린 댓글들을 한 번 살펴보자. 우리나라 언론이 대중을 선동하는지, 대중의 알 권리를 대변하는지를. 

 

*탈원전과 관련해 우리가 꼭 같이 봐야할 문제가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이 없다. 발전소 인근에 이 고준위 폐기물이 임시 저장 중이며 곧 포화단계에 이른다. 우리가 탈원전으로 발생된 비용에만 주목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원전 운용으로 값싼 전기를 이용할 수 있지만 폐기물 처리 시설 건립, 방사능 유출 사고의 위험성 등 사회적 비용도 반드시 함께 청구되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원전 가동…‘고준위 폐기물’ 처리 급한 불 됐다 | 중앙일보 (joongang.co.kr)

 

늘어나는 원전 가동…‘고준위 폐기물’ 처리 급한 불 됐다 | 중앙일보

지난 7월 유럽연합(EU)은 원자력 발전을 그린 택소노미(녹색 분류체계)에 포함하면서 2050년까지 고준위 폐기물 처분을 위한 세부 방안을 마련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현재 있는 방사성폐기물 관리

ww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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