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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공무원이 떠나는 진짜 이유 #1(형편 없는 인수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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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쩍 MZ세대 공무원 퇴직 비율이 높아졌다는 기사가 눈에 띈다.
 
하지만 기사 내용을 들여다보면 원인도, 해결방안도 현실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매체들이 언급하는 박봉, 과다한 업무, 경직된 조직문화는 신규공무원 퇴사의 직접적 이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낮은 월급과 보수적인 조직 문화는 입직 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고, 과다한 업무는 국내 근로환경에서는 비일비재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연차 공무원들이 퇴사를 고민하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부푼 공직의 꿈을 갖고서 첫 업무를 시작하는 공무원들이 부딪치는 난관 - '부실한 인수인계'이다.
 
공무원조직에는 공식적인 인수인계 시스템이 없다. 믿기 어렵겠지만 정말 그렇다. 전적으로 업무 담당자 개인의 역량에 맡긴다. (행정업무 처리에 도움을 주기 위해 행안부에서 매년 발간하는 행정업무편람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관계 법령과, 대략적인 절차, 민원 처리 사례 등만이 담겨있다. 하지만 지자체에서는 행정 업무 별로 다양한 행정 시스템을 사용 중이다. 담당자는 이 시스템을 활용해야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음에도 이것과 관련된 공식적인 매뉴얼은 없다. 여기서 말하는 매뉴얼은 각 메뉴에 대한 설명이나 환경 설정과 같은 '사용 매뉴얼'이 아니라, 민원과 관련된 내용을 해당 시스템에 입력하고, 처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운용 매뉴얼'을 말한다.  ) 
 
나 같은 경우는 입직 후 몇 개월도 채 되지 않아 팀을 이동하면서 인허가 관련 업무를 맡게 됐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내가 받은 인수인계서는 달랑 A4 1장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내용은 구두 설명으로 진행됐다. 면허를 발급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며, 청문을 진행하는 업무가 정말 A4 1장으로 요약이 될까. 심지어 금요일에 인사발령을 받고 당장 다음 주 월요일부터 해당 업무를 시작해야 했다.
 
아마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인사발령 시즌에는 이런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이 상황에서 더 우스꽝스러운 장면은 다른 지자체 담당자에게 업무 처리 관련 요령을 문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임자도 다른 업무를 처리하느라 상시적으로 전화 연결이 어렵고, 또 알아서 처리하라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전임자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신규 공무원이 제대로 된 인수인계 없이 현업에 투입된다면 이러한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직장 경험이 없는 신규자라면 업무 긴장도는 훨씬 더 높을 것이다.  
 

 
인수인계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어차피 행정은 법규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거의 유사한 프로세스로 진행된다. 때문에 상급기관에서 업무 숙련도가 높은 지차체 담당 직원들을 차출해 업무 매뉴얼을 작성하고 일괄 배포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일을 잘하는 공무원들은 이미 개인적으로 업무 매뉴얼을 준비해 두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해당 문서들을 취합해 단순히 정리하면 된다. 그리 많은 예산도 필요하지 않고, 작업량도 많지 않은 이런 작업을 여태껏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공무원 조직의 비효율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생각된다.
 
인사혁신처나 각 지자체 인사담당자들의 MZ 공무원 퇴사 방지 대책을 보면 업무 수행과 관련 없는 것들이 태반이다. 직장 내 소통 강화, 간부급 대상 MZ 세대 특성 교육, 승진 기회 확대 등은 신규 공무원들이 현업에서의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개선할 수 있는 대책들이 아니다.
 
MZ세대 공무원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거창한 것이 필요하지 않다. 기본부터 시작하면 된다. 조직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업무매뉴얼 구비, 인수인계 절차 마련 등 업무를 수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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