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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40년, 다가오는 재앙(연중기획 인구 1편) | 시사기획 창 412회 (KBS 2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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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젊은 세대가 내가 행복하지 않았는 데 어떻게 아이를 낳아 행복하게 키울 수 있겠냐고 우리 사회에 되묻고 있습니다."
 
"출산율 0.78명. 이 수치는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압축해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소위 말해서 경쟁 사회, 피로사회, 수도권 과밀 집중, 성차별 문제, 일자리 고용 불안의 문제, 온갖 사회적 모순, 문제가 얽혀서 이제 초저출산, 초저출생 문제가 나오고 있다."


[영상보기] https://youtu.be/sOROU91cIxU
 
우리나라의 심각한 저출산은 우리 사회의 온갖 문제들이 집약된 결과물이라 생각된다.
 
특히 삶의 질을 평가하는 사회적 기준은 너무나도 높다.

인서울 상위권 대학 졸업, 중형차 이상 보유, 대기업 근무, 브랜드 아파트 거주, 명품 소유, 해외여행 경험 등 만약 누군가 이러한 것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했을 경우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마치 인생의 낙오자처럼 취급 당한다.
 
가뜩이나 눈치를 많이 보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노출된 타인의 화려한 삶을 지켜보며, 마치 내가 그것을 성취하지 못했을 때 남들보다 불행한 삶, 비루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한다.
 
우리나라 젊은 부부들이 출산을 포기하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도 크겠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행복한 혹은 안정된 삶의 기준을 내 아이들이 성취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구심, 두려움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
 
과연 현재 대한민국에서 인서울 상위권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하고, 서울 안에 아파트를 마련하는 삶 - 현재 우리 사회가 평가하는 성공한 삶의 자격 기준 - 이것을 모두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략적인 비율로 한번 따져보자. 인서울 중상위권 대학(서울대~홍익대)의 입학 정원은 4~5만 명 정도이다. 2023년 수능 응시인원은 약 45만 명이었다. 대략 올해 20살이 되는 성인 중 불과 10% 내외가 인서울 중상위권 대학에 진학한다. 우리나라의 3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 수는 약 200만 명으로 전체 근로자 중 20% 정도다. 신입 공채 숫자가 아닌 국내 대기업 전체 근로자의 숫자이다. 그리고 2019년 통계를 기준으로 서울에서 아파트를 보유한 가구 수는 120만 가구, 서울 전체 가구 수 약 400만 가구의 25%에 불과하다.
 
이 수치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사람의 비율은 불과 10~20% 내외이다. 즉 80%에 가까운 사람들이 자신들이 삶이 불행하고, 낙오자로 여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20~30대 부모들은 자식들이 상위 20%에 들어갈 수 있도록 그들을 교육시키고,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을 때까지 뒷바라지해야 한다. 심지어 이 과정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이상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출산율이 해가 거듭할수록 낮아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본다. 오히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출산율이 증가하는 것이 더 이상할 수도 있다.
 
출산율 증가를 위해서 다양한 제도와 정책도 필요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너무나 높아진 사회적 성공의 눈높이를 낮추지 않는 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정책이 무의미할 수 도 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성공적인 삶을 충족시킬 수 있는 비율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위 10~20%의 삶을 모두가, 언제나, 누구나 꿈꾸고 있다면 경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무한 경쟁의 피로감에 이탈하는 사람은 계속 늘어날 것이고, 이는 앞으로 인구 소멸의 마지노선인 합계출산율 ‘1’ 의 부족분 '0.22'(2023년 기준)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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