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 '단기 합격'이라는 덫

1년 6개월 정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며 종종 안타까운 사연들을 볼 수 있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하거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원 수업 혹은 인강을 못 듣는 친구들. 그리고 힘든 육아 중에도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맘시생, 퇴근 후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직장인 수험생들. 자랑할만한 점수를 얻은 것은 아니지만, 학원/인강 수업 없이 독학으로 국가직/지방직 시험 필기합격한 내 경험이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이 글을 작성해본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살펴본 여러 커뮤니티에는 직렬에 상관없이 6개월 단기합격은 수두룩하고, 얼마 전에는 3개월 단기 합격 후기 글도 보았다.

 

필수 3과목(국어, 영어, 한국사), 선택 2과목(행정법, 행정학, 고교과목) 총 5과목을 정말 6개월 안에 정복하고 최종합격까지 할 수 있을까?

 

2019년 1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1년 6개월 만에 지방직/국가직 모두 필기합격을 했다.

수능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은 학생들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본다. 행정법과 행정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능 과목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작년 1월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감을 잡기 위해 풀어본 2018년 지방교행 시험은 대략 340점이 나왔다.

 

그저 두 달 정도 기본서와 기출문제집을 들춰봤음에도 말이다. 만약 내가 2018년에 응시했다면, 0개월 초단기 합격 후기를 올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어와 영어에 어느 정도 기초가 있는 나에겐 수능 스타일의 지방교행의 시험 유형이 매우 유리했고, 또 내가 희망했던 지역의 커트라인이 매우 낮았기에 가능했다. 

 

즉 '시험유형, 응시년도 커트라인, 찍기 운'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맞아떨어졌을 때 '단기합격'은 가능하다고 본다.

 

2019년 1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1년 6개월 만에 지방직/국가직 모두 필기합격을 했다.

기출문제집만 하더라도 1권당 대략 1,000~1,500페이지 분량인데 총 5과목을 6개월이 채 걸리지 않고 완벽히 학습하는 게 정말 가능할까.

 

물론 빠른 읽기 능력과 암기능력을 갖춘 수험생이라면 가능하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9급에는 그렇게 많은 단기합격 후기가 7급에는 그리 많지 않다. 9급 5과목을 6개월 만에 끝냈다면, 2과목을 추가하더라도 불과 2개월밖에 더 걸리지 않음에도 왜 9급 단기합격자들은 7급에는 성공하지 못하는 걸까.

 

나는 단기합격 수기를 보고 수험생활에 자신감을 얻는 정도에 그쳐야지 그들의 방식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유독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하루에 몇 시간 공부하나요?', '몇 번 회독해야 할까요?', 'oo를 꼭 봐야 할까요?' 등 자기 주도적 학습이 아닌 누군가와 비교하고, 따라 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해 보인다.

 

공부는 자신의 방법대로, 자신의 일정대로, 자신의 능력껏 하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행정법 기출문제집을 풀 때 하루 8~10시간 공부를 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100~150페이지를 목표하고 진행했다.

 

어려운 문제가 많은 날은 그만큼 적게 보고, 쉬운 문제가 많은 경우에는 최대한 많이 보는 방식으로 말이다.

 

즉 개인의 학습능력에 따라서 누군가는 하루 50페이지를 볼 수도  있고, 누군가는 200페이지도 볼 수 있다.

 

본인의 하루 공부량을 확인하는 방법은 다른 사람들의 학습량을 기준으로 삼을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문제를 풀어보고 하루에 목표한 공부 시간에 몇 페이지를 소화할 수 있는가를 직접 측정해야 한다.

 

본인의 하루 공부량이 파악되면, 봐야 할 전체 과목의 페이지를 1/n 할 수 있고, 일/주/월 단위 계획을 쉽게 세울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본인의 대략적인 예상 수험기간을 파악할 수 있다.

 

'단기 합격 수기'는 달콤한 초콜릿과 같다고 본다. 정말 달달하고 매혹적이지만 많이 먹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본인에게 맞는 공부 방법은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독학으로 지방직/국가직 공무원 시험 합격한 후기(학원X/인강X)